:::::교류합시다 [한국문명교류연구소]:::::
 
 
 
 
후원안내
후원회원 신청
CMS회원 신청
후원해 주신 분들
자유게시판
 
  > 회원광장 > 자유게시판
총 623건의 게시물이 있습니다.
제목 인천답사 중 화진포에서 보았던 거첨뱅인영감굿 작성자 연구원
파일 조회수 1321
인천답사 중 화진포에서 보았던 거첨뱅인영감굿
 
지난 10월 12일 토요일에 제4차 국내답사 도중
화진포에서 잠깐 감상하였던 거첨뱅인영감굿은,
국내뿐 아니라 바이칼, 독일, 일본 등지에서도 여러번 공연한
상당히 유서깊고 독특한 공연이었습니다.
 
이에 관한 기사가 있어 올립니다.
 
미신으로 치부되던 굿이 문화재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게 됐다. 황해도굿이 '황해도 꽃맞이굿'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국립국악원에서 '공연'되는 것이다. 이는 무속계에서 대단한 '사건'이다. 국립국악원은 궁중음악과 민간 상류층이 향유하던 정악만 무대에 올려왔다. 민속악은 국립국악원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특히 굿은 민속악계에서도 인정을 받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처럼 정악만이 공연되던 무대에 황해도굿이 오른다는 것은 황해도굿의 문화적 가치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황해도굿은 북한에서도 이미 전승이 끊긴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황해도굿의 국립국 악원 공연은 전통 계승면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굿이 음지에서 문화적 양지로 부상하고 있음을 말해주는 징표이기도 하다.

이번 공연은 5월 15일 오전 7시 신청울림-일월맞이-삭함맞이굿을 시작으로 무박 3일간 총 33번의 굿거리로 진행된다. 황해도 정통 꽃맞이 굿거리를 기본틀로 하여 각 지역의 특징적인 굿이 삽입되는 형식으로 짜여져 황해도굿의 진수를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원래 무속인은 평생 동안 자신의 신에게 인사드리는 큰굿을 3번 한다. 만수대탁굿이라는 이 굿은 신내림을 받고 얼마 후 자신에게 신을 내려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굿을 하는 것이 첫번째다. 두번째는 상당기간 무속생활을 하다가 단골을 많이 오게 해줘 자신을 먹고 살게 해주었을 뿐 아니라 소외되고 불쌍한 주민을 돌볼 수 있게 해줘 고맙다고 신에게 감사를 드리는 굿이다. 마지막 굿은 자신이 죽을 때쯤 그동안 신 덕분에 좋은 일 많이 하고 죽는다며 무속인의 길을 걷게 한 신에게 다시 한번 고마움을 표현하는 의식이다.

이같은 큰굿 이외에 1년에 두 번씩 봄-가을에 신에게 인사를 드리는 굿이 있다. 봄에는 자신이 모시는 신에게 올해도 잘 지내게 해달라고 인사굿을 한다. 이것이 황해도의 꽃맞이굿, 서울-중부지방의 진적굿이다. 가을에 하는 굿은 황해도에서 햇곡맞이나 신곡맞이-단풍맞이라고 한다. 말하자면 모내기 시기와 추수 시기에 각각 신에게 인사를 드리는 굿이다. 때문에 이 굿들은 일반적인 재수굿과는 달리 지역주민의 대동단결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뿐만 아니라 이 굿 속에는 황해도 각 지역의 특징적인 굿거리가 다양하게 담겨 있어 문화적 가치가 상당하다.


이번 공연은 바로 이들 황해도굿의 집합이다. 무속계의 일대 사건인 이번 공연을 성사시킨 사람은 '한뜻계' 회원들이다. 이들은 모두 한국전쟁 때 황해도에서 인천으로 피란 내려온 무속인이다. 무속인에게 고향을 떠나는 것은 정체성을 잃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먼저 무속인끼리 서로 친해지게 되고 유대관계가 깊어졌다. 이들의 공동체가 형성되자 그 주변에 황해도 실향민들이 모였다. 이들 실향민은 같은 처지인 무속인들에게 각종 어려움을 상담하고 굿을 통해 삶의 고통을 이겨냈다.

이런 관계는 황해도 출신 무속인의 결집과 유대를 더 발전시켰다. 무속인 세계에서는 좀체 보기 힘든 그들만의 모임 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것이 1985년 결성된 '한뜻계'다. 이 모임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친목계다. 고향을 떠나 살아가는 데 형제자매처럼 서로 의지하고 변함없이 친목을 도모하자는 의미였다.

무속인 세계에서 이런 모임은 극히 드물다. 황해도 지역 무속인은 강신무들이다. 세습무는 신내림을 받지 않고 집안 대대로 무속인의 길을 걷기에 서로간의 유대가 가능하지만 강신무는 신내림을 받은 사람들이어서 그 신의 말에 따라 각각 살아가는 게 특징이다. 서로간의 유대가 굳이 필요없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황해도 출신 강신무들은 인천 지역에 내려와 모임을 만들었고 이것이 자연스럽게 황해도굿의 전승으로 이어졌다. 인천 지역이 남한의 대표적인 황해도굿의 전승 지역으로 알려진 이유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황해도에서 태어나 월남한 무속인들이 죽거나 나이가 들어가면서 전통적인 황해도굿이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이들이 모두 세상을 떠나면 황해도굿 역시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그러자 이번에는 황해도 출신 무속인에게 신내림을 받은 신딸(인천에서 태어난 무속인)들이 나섰다. 황해도굿을 보존해야 한다는 강한 의지 때문이었다. 신딸 11명이 어느날 한 장소에 모두 모여 '한뜻계'라는 친목단체를 황해도굿보존회로 승화시키기로 합의하고 신어머니들에게 그 뜻을 알렸다. 신어머니들은 그렇지 않아도 자신들이 죽으면 황해도굿이 사라질 것이라고 안타까워 하던 터라 신딸들의 의지에 감동했다. 곧바로 굿 전수를 승낙했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단체가 '황해도굿보존회 한뜻계'다.

한뜻계 회원은 피란 당시 20~30명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9명만이 남아 있다. 이들은 황해도 각 지역의 특징적인 굿 형태를 고스란히 가지고 있다. 이들 중 이번 국립국악원 공연에 참여하는 사람은 8명이다. 한 사람은 몸이 아파 출연하지 못한다. 74세의 박선옥씨(일명 석바위만신)가 가장 연장자다. 송경옥(송현동 곰보만신)-김매물(신기촌 매물이만신) 등 나머지 무속인도 모두 60대 후반에서 70대다.

박선옥씨는 13세에 마을 앞 불당산으로 정월 보름 당산맞이를 갔다가 느닷없이 신의 말문이 터졌고 강령 까치산에 서 재차 말문이 열려 해주 수용산에서 내림굿을 받았다. 타살굿에서의 칼놀림, 민속학계와 황해도 옛날 단골에게도 생소한 광대거리는 그만이 황해도에서 배운 독특한 굿이다.


김매물씨는 뱃굿의 1인자다. 그의 물진오귀굿은 격조있는 춤사위와 편안하면서도 기품있는 사설로 마니아도 많다고 한다. 때문에 김씨는 황해도굿 대표자로 일본-독일 등 외국 공연도 많이 했다. 김씨가 이번 공연에서 보여줄 굿 중에는 세준이오삼춘-뱅인영감거리-호살량굿 등 황해도 지역의 특색있는 굿거리가 많다. 세준이오삼춘은 해주 벽성군 결성리에 살던 혀 짧고 신체가 불구인 사람이었다. 이 사람이 동네사람의 천대를 받고 살다가 죽었는데 한 할머니가 제사를 지내며 그의 혼신을 돌봤다고 한다. 얼마 후 그 할머니에게 죽은 세준이오삼춘이라는 사람의 영혼이 들어와 할머니가 혀 짧은 소리로 동네사람들에게 예언을 하게 됐다고 한다. 그 할머니가 무속인이 되면서 시작한 굿이 세준이오삼춘굿이다.

뱅인영감거리는 동해안 지역의 수망굿과 비슷하다. 말하자면 강령 거청 지역의 어부였던 뱅인영감이 물에 빠져 죽은 후에 그를 위로하기 위한 굿이었던 셈이다. 그런데 이 굿을 하면서부터 지역 어부들이 고기도 많이 잡고 사고가 없더라는 것이다. 이같은 굿은 김매물씨만이 가진 굿거리다. 김씨만이 할 수 있는 굿 중에 호살량굿이라는 것도 있다. 호랑이에 잡아 먹혀 죽은 원귀를 위로하는 굿거리로 개를 잡아 개가죽을 뒤집어쓰고 한다.

이외에도 황해도굿에만 있는 퇴송굿은 죽게 된 사람을 살리는 굿이다. 무속인은 병든 사람의 가짜 묘를 만들어 그 묘 앞에 눕혔다가 몰래 다른 장소로 옮기고 그 자리에 닭을 잡아 놓는다. 그러면 저승사자가 병든 사람이 아닌 닭을 잡아간다는 것이다.

이처럼 5월 15일부터 펼쳐지는 '황해도 꽃맞이굿'은 자생적 전승력을 확인하는 자리이자 전통 문화재로서 가치를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무속인을 포함한 실향민이 인천 지역에 정착하는 데 황해도굿이 기여한 역할을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글 황인원 기자 hiw@kyunghyang.com

사진 김석구 기자 sgkim@kyunghyang.com

백제인의 얼굴
연구소 동향 (2012년 11월 6일)
비밀번호